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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명구의 유라시아 평화마라톤 88
(274-276일째) 톈산 정상은 내 발걸음을 허락하지 않았다
강명구  | 등록:2018-06-14 13:37:12 | 최종:2018-06-14 13:38:41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보내기    


늘 옳은 길을 가려 했다. 옳은 길은 선택하기 위해서 사전에 조사도 하고 다른 사람 조언도 들었다. 일단 갈 길을 결정하면 묵묵히 달렸다. 작은 걸음이지만 옳은 길을 달리다 보면 남들이 생각하지 못한 커다란 발자취도 남기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래서 때론 비에 흠뻑 젖어서도 달리고, 때론 눈보라를 맞으며 달리고, 사막 모래폭풍을 뚫고도 달렸다. 허기진 배를 움켜쥐며 달리면서도 마음은 충만했었다. 곧고 옳은 길이라 생각한 길도 때론 길을 잃고 헤맨 적도 있었다. 판단을 잘못해서 길을 잘못 들은 적도 있었지만 금방 훌훌 털고 되돌아 나왔다.

▲ 6월 5일에 떠날 강덕원 교무와 함께

톈산산맥은 위대했다. 이 산맥을 넘기 위해 한 달, 어쩌면 두 달 이상 계속 오르막길을 달려왔다. 톈산산맥이라고 부를 수는 없었지만, 그 기세는 수천 km까지 뻗쳐 있어 완만하게 펼쳐진 길을 달려왔던 것이다. 우즈베키스탄에서부터 그 기운을 느낀 것 같다. 설산이 오른쪽으로 보이면서부터는 텐산산맥 자락을 달리고 있었으니 카자흐스탄, 키르기스스탄, 중국에 들어와서 본격적으로 오르막길을 반사막, 초원 그리고 가문비나무가 우거진 숲으로 들어섰다.

해발 2,000m 넘어서자 호흡이 가빠지고 계곡 물 흐름은 우리 호흡보다 더 가쁘게 숨소리를 내며 흐른다. 옆에서 달리는 강 교무의 거칠어진 숨소리가 에로틱하게 들린다. 계곡이 휘어지고 구부러져 흐르는 모습 또한 에로틱하다. 6월 초 숲속은 온통 연애질하느라 바쁘다. 새들은 짝을 찾느라 교성을 내지르고 꽃들은 화류계 여인 분 냄새보다 진한 향을 뿜는다. 말들도 춘정을 못 이겨 수컷이 암컷에 올라타려 하고 암컷은 앙탈을 부린다. 감정을 가진 자, 이렇게 유혹적인 숲 속에서 대자연과 사랑에 빠지지 않는다면 정상이 아니리라!

1년 강우량이 우리나라 하룻밤 비에도 못 미친다는 곳이다. 내륙 깊숙한 곳이라 구름도 찾아오기 힘든데 그나마 찾아오는 구름은 톈산 꼭대기에 걸려 눈으로 내려 쌓인다. 건조한 이곳에서는 지붕도 흙으로 덮어 지붕 위에도 풀이 자라난다. 그 무더운 더위와 그 사나운 추위에 흙집만큼 유용한 집도 없겠다. 이곳의 숲은 계곡을 사이에 두고 북쪽 산 사면은 가문비나무 숲을 이루고 남쪽 사면은 나무가 자라지 않는 초원이다. 그 희한한 대조가 이질적이며 신기하면서도 아름답다.

▲ 6월 2일 달리면서 만난 신장 위구르 모습

그 아름다움에 취해 힘든 것 마저 잊고 28km쯤 달려갔다. 숲 속 작은 마을에 도착하여 늦은 점심을 먹으러 식당에 들어갔다. 이곳은 회족이나 카자흐족의 거주 지역으로 주로 회교도들이 살지만 한족 여행객들이 많아 그들을 상대로 장사하는 한족 음식점들을 가끔 찾을 수 있다. 그곳에서 돼지고기 음식을 먹을 수 있다. 아무튼 중국에서는 음식이 입맛에 맞아서 음식 때문에 고생 하지는 않는다.

식당 안으로 거의 중무장한 경찰특공대 4명이 들어섰다. 이미 이런 일은 여러 번 경험했기 때문에 침착하게 그들을 대할 수 있었다. 그들은 침착했지만 입장은 단호했다. 우리가 더 이상 앞으로 나가는 것을 허가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들은 정확한 설명을 생략했지만 우리가 향하고 있는 발군타이 지역에 소요가 일어난 것 같았다. 중국은 나라가 큰 만큼 문제도 많은 모양이다. 중국은 마치 목에 가시가 걸린 호랑이처럼 어쩌지도 못하는 형국으로 보인다.

그들이 내게 두 가지 선택을 던져줬다. 하나는 한 10km 정도 돌아가서 그곳에서 우루무치로 가는 방법이다. 그 길은 공사 중이라 일주일 정도 후에 열리니 기다렸다 가라고 했다. 다른 하나는 이곳에서 300km를 왔던 길을 돌아가서 다시 400km를 고속도로를 타고 이동한 후 그곳에서부터 달리는 것이다. 맥없이 이 자리에서 일주일을 쉬면서 기다릴 수는 없는 일이었다. 차로 700km를 이동하고도 당초 예상했던 길보다 150km를 더 달려야 하니 나흘 정도 계획에 차질이 생긴 셈이다. 톈산은 톈산대로 못 넘는 형국이 되어버렸다.

예정대로라면 내일, 텐산산맥 정상을 넘을 수 있었을 것이다. 다시 끝없이 펼쳐진 중국 내륙 깊숙한 곳을 내가 한국인임을 자랑하며 신명나게 달리고 있었을 것이다. 내가 혜초의 후배임에 자부심을 느끼며, 고선지와 한 핏줄임을 상기하며 생명이라고는 하나도 살지 못하는 험한 곳을 넘은 기쁨을 강교무와 만끽했을 것이다. 그러나 ‘하늘의 산 톈산’을 두 발로 달려서 넘는 것을 하늘이 허락하지 않았다. 이제 그것은 후배 도전자의 몫으로 남겨두어야 할 것 같았다. 짙은 아쉬움이 속으로 감춰지지 못하고 자꾸 드러난다.

내가 이 길을 이렇게 기를 쓰고 달리는 이유는 뻥을 치기 위해서이다. 친구들에게 뻥을 치고 후배들, 후손들에게 뻥을 치기 위해서이다. 뻥을 치는 것보다 재미있고 환희를 느끼게 해주는 것은 없다. 뻥인 줄 알면서도 사람들은 내 말에 흥미진진한 표정으로 귀기울여주고 웃고 박수를 쳐주곤 할 것이다. 친구들과 술잔을 마주하고 목소리를 낮게 깔면서 유라시아를 달려온 이야기, 텐산을 넘어온 이야기를 뻥을 더해서 하는 상상을 힘들 때마다 하곤 한다. 그러면서 한고비 한고비를 넘기곤 한다. 기회가 주어지면 말재주는 없지만 여러 사람들이 모인 강당에서 뻥을 친다면 얼마나 짜릿할까 상상하기도 한다.

혜초는 어린 나이에 신라에서 중국으로 갔다가 광저우에서 해상 실크로드를 타고 인도에 갔다. 그의 나이 20세 때인 727년 가을, 구도여행을 마치고 육상 실크로드를 따라 걸어왔다. 톈산산맥을 넘으면서 지칠 대로 지친 그는 눈물을 흘리면서 시를 한 수 읊는다.

길은 거칠고 산마루는 엄청난 눈으로 덮였는데,
험한 골짜기에는 도적떼가 들끓는구나.
새는 날아가다가 깎아지른 산을 보고 놀라고
사람들은 좁은 다리 건너기를 두려워하는구나.
평생에 울어본 적이 없는데
오늘은 눈물을 천 줄기나 뿌리도다.

지금 1300여 년이 지난 이 봄, 톈산 산마루에는 눈이 엄청나게 쌓이지도 않았다. 다만 먼 산에 만년설만 보일 뿐이다. 혜초를 괴롭히던 도적떼도 사라진 산의 잘 닦인 도로를 나는 넘지 못한다. 나의 의지와 상관없이 톈산에 평화의 봄이 오지 않아 넘지 못한다. 나는 마음의 눈물을 천 줄기나 뿌린다.

▲ 6월 2일 만난 이정표

▲ 2017년 9월 1일 네델란드 헤이그에서 2018년 6월 2일 중국 Gongnaisigouxiang 후방 3km(총 누적 최소 거리 9344km)/중국 누적 406km)

* 강명구선수의 평화마라톤에 대해 더 자세한 소식을 알고 싶으면
공식카페(http://cafe.daum.net/eurasiamarathon)와
페이스북 페이지(https://www.facebook.com/eurasiamarathon)에서 확인 가능하다.
또한 다음카카오의 스토리펀딩(https://storyfunding.kakao.com/project/18063)과 유라시안마라톤조직위 공식후원계좌(신한은행 110-480-277370/이창복 상임대표)로도 후원할 수 있다.

강명구

북미대륙 5,200km를 유모차에 ‘남북평화통일’ 배너를 달고 뛰었으며, 지난해 6월 6일부터 24일까지 제주강정에서부터 광화문까지 ‘사드철회와 평화협정을 위한 평화마라톤’ 을 뛴 평화마라토너다. 2017년 9월 1일 네덜란드의 헤이그를 출발해서 유라시아 대륙 16,000km를 뛰어, 11월에 북한으로 들어와 판문점을 통과해 서울로 들어올 예정이다.



본글주소: http://www.poweroftruth.net/news/mainView.php?uid=4548&table=byple_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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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   시향  2018년6월14일 22시11분    
훌륭하십니다.
(18)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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