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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명구의 유라시아 평화마라톤 56
(157~163일)페르시아 왕자와 신라 공주의 사랑
강명구  | 등록:2018-02-14 10:52:38 | 최종:2018-02-14 12:43:28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보내기    


▲ 2018년 2월 8일 아제르바이잔 마살르에서 출발하면서

이란으로 넘어오는 길은 길고도 험난했다. 길이 멀고 험난했다는 것이 아니라 절차가 복잡하고 지난하였다는 말이다. 거기다 자동차 보험료를 한 달간 800 달러를 달라고 해서 내가 거의 미친 듯이 “당신들 제 정신이냐”고 소리를 지르니 600 달러 내라고 한다. 200 달러를 그 자리에서 깎아 기분 좋아야 할 것 같은데 아직도 삥땅 뜯긴 기분이다. 이렇게 국경 넘는 일이 어려울 때마다 평화통일이 된 조국을 자유롭게 왕래하는 것이 1차 꿈이지만, 국경 없는 세상도 꿈꾸어본다.

내가 가는 이 실크로드는 과거의 길이고 미래의 길이지만 현재의 길은 아니다. 첨예한 국가이기주의로 이 길은 동맥경화에 걸려있다. 양탄자를 타고 하늘을 나는 페르시아 왕자로 금방 떠오르는, 귀에는 가깝고 눈에는 먼 나라가 이란이다. 중동은 언젠가부터 서구의 눈으로만 보아오면서, 우리에게 가장 오해가 많고 편견의 먼지로 뒤덮인 곳이다. 거기다 세계에서 북한과 함께 미국에 맞장 뜨는 유일한 나라다. 미국에 맞장 뜨면서 코피 흘리는 일반 시민들의 삶이 국경에서부터 적나라하게 보이는 듯해서 애처롭고 슬프다.

▲ 2018년 2월 9일 아제르바이잔 랜캐란을 출발하면서

▲ 2018년 2월 9일 아제르바이잔 랜캐란에서 아스타라까지 달리면서

2018년 2월 9일 선한길 교수님과 같이 이란 국경검문소에 갔다가 서류미비로 다시 돌아갔다. 하룻밤을 아제르바이잔에서 더 자고 10일, 나만 홀로 국경을 넘었다. 이번엔 차량 등록이 내 이름으로 되지 않아 반나절 이상을 허비했다. 꼬박 1박 2일 만에 간신히 국경을 넘어와서 기다리는 김태형 학생을 만났다. 태형이가 내가 뛰는 일에만 집중하게 운전도 잘해주고 잘 보필하겠다고 하는 말에 괜히 눈시울이 뜨거워진다. 아침도 시원치 않게 먹어 숙소에 들어오자마자 김치에 생선 사온 것을 넣고 희한한 찌개를 끊여 같이 배부르게 먹었다.

▲ 2월 10일 이란 아스타라에서 만난 태형군과 함께

메소포타미아 문명과 이집트 문명을 거쳐서 페르시아 문명, 그리고 오스만 제국이 한 시대를 풍미했다. 이후 바로 갈등과 전쟁이 난무하고, 대부분 국가는 산유국으로 오일머니를 거머쥔 현대사만이 우리가 아는 중동 역사 전부다. 그러나 이 지역이야말로 문명의 시원으로 인간의 지적 유산과 문화를 발전시켜 인류역사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곳이다. 곡물의 재배와 가축의 사육이라는 혁명적인 삶이 여기에서 시작하여 주변 세계에 전해주었다. 뿐만 아니라 유대교, 조로아스터교, 기독교, 이슬람교 등 종교가 시작된 곳이기도 하다.

찬란했던 오리엔트 문화 토양에서 그리스 로마 문명도 꽃을 피웠다. 서양문화의 뿌리는 이렇게 내리기 시작했던 것이다. 그럼에도 19세기 산업혁명을 주도한 서양은 백인우월주의와 기독교 중심사상으로 이란과 중동을 이교도, 이문화로 의도적으로 폄하하고 축소, 왜곡시켰다. 거기에 더해 미국은 미정부에 호의적인 정권은 독재자라도 지원했고, 대립하는 정권은 악의 축으로 몰아세우며 세계여론을 주도해갔다. 미국은 언제나 막강한 군사력과 경제력으로 군사제재 경제제재라는 양날의 칼을 휘둘러왔다.

▲ <쿠쉬나메> 필사본 (출처 : 다음 백과)

이란에는 약 1,400년 전 기록된 <쿠쉬나메(Kush Nama)>라는 귀한 구전 서사집이 전해져 내려온다. 나메는 서사집이라는 뜻으로 <쿠시나메>는 ‘쿠시의 서’다. ‘쿠쉬’는 실존인물이라기 보다는 구전상의 영웅이다. 이 책에는 페르시아, 당나라, 신라 이야기가 나오는데 이 속에 우리나라 기록에는 없는 페르시아 왕자 아브틴과 신라 공주 파라랑의 애틋한 이야기가 나온다. 둘이 사랑에 빠지고 결실을 맺어 결혼하고 그 사이에서 태어난 왕자가 훗날 페르시아로 돌아와 영웅이 된다는 이야기가 있다.

7세기 중엽 아랍인의 침공으로 페르시아 사산 왕조(226–651)가 망한다. 페르시아 왕자인 아브틴은 난민들과 함께 온갖 고초를 겪으면서 중국으로 가서 정착하여 산다. 중국 정세가 요동 치자 그 당시 황금이 풍부하고 미인이 많기로 알려진 신라 왕국까지 찾아온다. 이 서사시 묘사로는 정의롭고 현명한 신라왕 타이후르는 패망한 나라의 왕자 아브틴 일행을 두 왕자를 보내어 따뜻하게 맞이한다.

아부틴이 본 신라의 궁전은 달처럼 아름다운 인형 같은 선녀들로 넘쳐나는 향기로운 낙원과 같았다. 임금이 거처하는 궁전은 금으로 덮여있고 모든 의자에는 사파이어가 박혀있었다. 황금으로 장식된 신비로운 나라 신라에 온갖 꽃들이 흐드러지게 피어나는 봄이 오자 춘심이 동한 아브틴 왕자는 왕궁을 거닐다 타이후르 왕의 딸인 신라 공주 파라랑을 보는 순간 심장이 멈추는 전율을 느낀다. 애틋한 사랑에 빠진 두 사람은 국경도 초월하고 인종도 초월하며 결혼을 하게 된다.

▲ 2018년 2월 5일 아제르바이잔 빌레수바르에서 만난 결혼식 신혼부부, 아브틴 왕자와 파라랑 공주 대신

얼마 후 둘 사이에 떡두꺼비 같은 아들 페레이둔이 태어난다. 아브틴은 파라랑과 함께 아들 페레이둔을 안고 머나먼 페르시아로 건너간다. 그러나 애처롭게도 신라 공주 파라랑은 전쟁으로 남편을 잃는다. 파라랑은 한국 여인의 억척스러움으로 온갖 시련을 겪으며 아들을 지켜낸다. 페레이둔은 장성하여 사람들을 규합해 조상들의 원수인 아랍군을 물리친다. 페르시아의 영웅으로서 새로운 역사를 창조한다는 내용이다. 이란의 민족 설화에 ‘바실라’라고 부르는 수억만 리 떨어진 신라가 등장한다는 것이 신기하고도 반갑다.

푸치니는 오페라 나비부인을 페르시아의 <쿠쉬나메>에서 영감을 얻어 만들었다고 한다. 쿠시나메에 나오는 신라왕 타이후르는 태종 무열왕일 가능성이 높다. 당연히 신라공주 파라랑은 그의 딸이다. 그런데 푸치니가 <쿠시나메>를 읽고 깊은 감동을 받았을 때 한국을 잘 알지 못했다. 그 당시 그들이 아는 동방의 신비로운 나라는 일본이었다. 그래서 나비부인의 무대는 경주가 아닌 나가시키로 바뀌게 된 것이다.

<쿠시나메>는 한국과 이란의 교류를 최소한 1,200년 전으로 돌려놓았다. 쿠시나메는 사료로서의 가치가 있는 우리에게도 귀한 문학작품이다. 1,200년 전 페르시아 사람들은 신라와 교류를 하고 있었다. 그들은 신라를 황금의 나라라고 불렀다. 신라를 방문하는 사람들은 그곳을 떠나려하지 않는다고 사료는 말한다. 신라는 금이 너무 많아 심지어는 개목걸이도 금으로 만들었다고 한다. 가옥도 비단과 금실로 장식했다고 이야기 한다. 경주에서 발견되는 페르시아계 유물과 서역인의 모습을 한 무인상(象)을 보면 신라와 페르시아의 교류를 증명하고 있다. 실제로 경주에 무슬림 거주지역도 있었다고 한다.

신라 천마총에서 나온 검푸른 감색의 유리잔, 경주 계림로에서 새로 길을 내는 공사 중에 발견된 황금검은 실크로드를 통해 신라로 전해졌다는 유물들이다. 신라의 황금문화는 유라시아에서 전해 받은 다양한 문화 요소를 신라 특유의 미적 감각으로 재탄생시켰다. 폴로는 페르시아에서 시작한 지극히 유목민적인 운동경기이다. 이때 신라에는 폴로와 비슷한 격구경기가 있었는데 두 나라 팀이 A매치를 벌였다. 결과는 두 판 모두 페르시아 팀의 승리였다고 한다. 우리나라에는 그런 기록이 없으니 억울하지만 폴로경기의 대표팀 전적은 그대로 받아드려야 한다.

신라 공주와 페르시아 왕자의 사랑이 오간 이 길, 황금보검이 오간 이 길을 달리면서 왜 이들이 대장금과 주몽에 푹 빠질 수밖에 없는지를 이해하게 된다.

▲ 2018년 2월 4~5일 아제르바이잔 Turklar에서 Hajirustaml지나 발레수바르까지 달이면서 만난 이정표

▲ 2018년 2월 4일 아제르바이잔 Turklar에서 Hajirustaml지나면서

▲ 2018년 2월 4일 아제르바이잔 Turklar에서 Hajirustam와 빌레수바르 지나 2월 7일 마살르까지 달리면서 만난 사람들

▲ 2018년 2월 7일 아제르바이잔 빌레수바르에서 마살르 입구까지 달리면서 만난 이정표

▲ 2018년 2월 8일 아제르바이잔 마살르에서 랜캐란까지 달리면서 만난 이정표

▲ 2018년 2월 8일 아제르바이잔 마살르에서 랜캐란까지 달리면서

▲ 2018년 2월 8일 아제르바이잔 마살르에서 랜캐란까지 달리면서 만난 사람들

▲ 2018년 2월 9일 아제르바이잔 랜캐란에서 아스타라까지 달리면서 만난 이정표

▲ 2018년 2월 9일 아제르바이잔 랜캐란에서 아스타라까지 달리면서

▲ 2018년 2월 9일 아제르바이잔 랜캐란에서 아스타라까지 달리면서 만난 사람들

▲ 2017년 9월 1일 네델란드 헤이그에서 2018년 2월 10일 이란 아스타라까지(누적 최소거리 약 5752km)

* 강명구선수의 평화마라톤에 대해 더 자세한 소식을 알고 싶으면
공식카페(http://cafe.daum.net/eurasiamarathon)와
페이스북 페이지(https://www.facebook.com/eurasiamarathon)에서 확인 가능하다.
또한 다음카카오의 스토리펀딩(https://storyfunding.kakao.com/project/18063)과 유라시안마라톤조직위 공식후원계좌(신한은행 110-480-277370/이창복 상임대표)로도 후원할 수 있다.

강명구

북미대륙 5,200km를 유모차에 ‘남북평화통일’ 배너를 달고 뛰었으며, 지난 6월 6일부터 24일까지 제주강정에서부터 광화문까지 ‘사드철회와 평화협정을 위한 평화마라톤’ 을 뛴 평화마라토너다. 9월 1일 네덜란드의 헤이그를 출발해서 유라시아 대륙 16,000km를 뛰어, 내년 11월에 북한으로 들어와 판문점을 통과해 서울로 들어올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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