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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극우 보수정치인의 도덕 심리학
왜 그들은 동시대를 살면서도 그렇게도 다른 세계에서 사는 것일까?
박찬운  | 등록:2017-11-10 10:59:22 | 최종:2017-11-10 12:17:03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보내기    


나는 가끔 의문이 든다. 왜 그들은 그런 생각을 하게 되었을까? 왜 그들은 동시대를 살면서도 그렇게도 다른 세계에서 사는 것일까?

아마 이 글을 읽는 독자들 중에서도 가끔 이런 의문을 가질 것이다. 나름 점잖은 글이기에 실명은 말하지 않겠다. 요즘 야당에서 맹활약? 하는 몇몇 국회의원들에 관한 이야기다. 이들은 다들 젊은 의원들이다. 어떤 의원은 나이로 보면 소위 오렌지 세대다. 우리 사회에서 전쟁은 커녕 한 번도 독재가 무엇인지, 민주화 운동이 무엇인지도 제대로 경험하지 못한 세대다. 그보다 나이가 많다고 하는 몇몇 정치인도 오십보백보다. 자라온 환경을 보면 세상 물정을 제대로 알았을 것 같지 않은 이력들이다. 이런 의원들의 생각이 참으로 무섭다.

이들은 정의에 대한 관념이 희박하다. 지난 두 정권에 의해 이 나라의 민주주의는 백척간두의 상황까지 갔다. 대통령이 나랏돈 수십억 원을 몰래 빼먹었다. 국정원을 완전히 자신의 사설정보기관으로 만들었다.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하는 군마저 사병화했다. 누구나 이런 소식을 들으면 분개하는 것이 민주시민의 상정이다. 그런데 이 사람들은 언필칭 국회의원이라는 지위에 있으면서도 분개를 모른다. 무조건 정치보복이라고 입에 거품을 내면서 떠든다. 아무리 생각해 보아도 정상이 아니다.

이들은 소수자나 약자에 대한 배려가 없다. 이들은 성소수자와 같은 소수자에 대해 이해를 하려고 하지 않는다. 세월호 유족들이 한없이 흘리는 눈물을 보고도 그들에 대해 연민의 정을 느끼지 못한다. 메마른 가슴에서 나오는 말 한마디 한마디가 울고 있는 사람들의 폐부를 찌른다.

이들은 말로는 대단한 공동체주의자다. 어디서나 대한민국 역사를 강조하고 국민들에게 바른 역사를 가르쳐야 한다고 말한다. 어디서나 안보의식과 국방의 중요성 그리고 미국과의 동맹 강화를 말한다. 이들 말을 들으면 대한민국은 이들이 생각하는 애국자와 매국노로 나누어지는 나라다. 이들 말대로라면 대한민국은 좌파들로 인해 곧 망할지도 모른다.

나는 의문이 든다. 도대체 나이도 젊은 국회의원들이 이런 생각을 갖게 된 것은 무슨 연유에서일까? 어떻게 해서 나라를 말아먹은 정권을 비호하고, 어떻게 해서 사회에서 차별받는 사람들에 대해 모진 언행을 하고, 어떻게 해서 자신들만이 대한민국의 수호자라고 생각하게 되었을까?

최근 나는 이런 의문을 풀어주는 매우 반가운 책 한 권을 만났다. 뉴욕대학 스턴 경영대학원 교수이자 현재 영미권의 가장 ‘핫’한 사회심리학자 조너선 하이트 교수가 쓴 <바른 마음>(왕수민 옮김)이란 책이다. 이 책에서 나는 인간 도덕 심리의 기원과 문화권마다 다른 도덕 심리에 대해 배웠다. 나아가 이 책을 통해 정치적 보수주의자와 진보주의자로 나누어진 우리 사회의 심리적 토대도 알게 되었다.

이 책으로 내가 품은 일단의 의문이 풀린 것이다. 이제 내가 발견한 그 몇 가지를 여기에서 정리해 보고자 한다. (이 책의 전체적인 내용을 소개하려면 상당한 지면이 소요되기 때문에 여기에선 위의 의문에 답하는 한도에서만 소개한다)

1. 진보유전자와 보수유전자가 있다.(494-495)

인간은 생물학적으로 태어나면서 그 성격이 이미 결정되어 있다고 말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생각이다. 이런 생각을 과신하면 교육이란 것은 부질없는 일이 된다. 이미 결정되어 있는 성격을 어떻게 교육으로 바꿀 수 있다는 말인가. 하지만 과학은 인간성격의 기질을 긍정한다. 분명히 진보유전자를 가진 사람과 보수유전자를 가진 사람이 존재하고 이것으로 인해 결정되는 기질적 특성은 무시할 수 없다는 것이다.

유전자의 작용으로 어떤 사람은 위협에 덜 반응하는 뇌를 갖게 되고, 그런 뇌를 가진 사람들은 참신성, 변화, 새로운 경험에 노출되었을 때 즐거움을 덜 느낀다. 또 어떤 사람은 그 반대의 상황에서 즐거움을 더 느낀다. 전자가 보수주의자의 뇌에서 나타나는 기질이며, 후자가 진보주의자의 뇌에서 나타나는 기질이다.

2. 사람마다 반응하는 도덕적 심리 기반은 다르다.(216 이하)

어떤 상황에서 인간이 도덕적 반응을 보일 때 그 원인을 몇 가지로 범주화할 수 있는데, 이를 도덕적 기반이라고 한다. 거기엔 배려/피해, 공평성/부정, 충성심/배신, 권위/전복, 고귀함/추함이란 다섯 가지 기반이 있다.

도덕적 기반 중 하나만 설명하면 이렇다. 누군가가 고통스러워하거나 무엇인가 필요함을 표하는 경우, 보통 사람이라면 누구나 동정심을 갖게 된다. 또한 길가에서 졸고 있는 개를 발로 차지 않는 것은 인간이 아닐지라도 그 동물에게 피해를 주어서는 안 된다는 마음이 있기 때문이다. 이런 것이 바로 ‘배려/피해의 도덕적 기반’이다.

그런데 문제는 이런 도덕적 기반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이 같지 않다는 것이다. 사람마다 다르며 문화권마다 차이가 있다. 어떤 사람은 주로 배려/피해 혹은 공평성/부정의 도덕적 기반에서 도덕적 심리가 발동하는 데, 어떤 사람은 충성심/배신, 권위/전복의 도덕적 기반에서 도덕적 심리가 발동한다. 즉 어떤 사람은 다른 사람의 아픔에 깊이 공감하지만 또 어떤 사람은 그런 것엔 상대적으로 둔감하다. 어떤 사람은 자기가 속한 집단이 축구경기를 할 때 열광하는가 하면, 어떤 사람은 그런 상황에서도 상대적으로 둔감하다.

3. 진보주의자와 보수주의자의 도덕 매트릭스가 다르다.(522 이하)

위에서 본 대로 사람은 기질적으로(유전적으로) 진보 혹은 보수적이며, 성장과정을 통해 도덕적 기반이 달라지게 된다. 그리고 이것들은 드디어 정치생활에서 진보주의자 혹은 보수주의자의 도덕 매트릭스(여기서 매트릭스란 하나의 세계를 의미함)를 구성한다.

진보주의자의 도덕 매트릭스는 도덕적 기반 중 배려/피해(자유/압제)와 공평성/부정의 기반 위에서 만들어진다. 인간이 충성심, 권위, 고귀함에 이끌린다는 것을 진보주의자들이 부정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들이 가장 확고하고 일관되게 의지하는 것은 배려/피해 및 공평성/부정의 기반이다.

이에 반해 보수주의자의 도덕 매트릭스는 진보주의자의 그것 위에 다른 도덕 기반(충성심/배신, 권위/전복, 고귀함/추함)을 더한다. 이것이 한 사회의 정치 지형에서 보수주의자들이 진보주의자에 비해 상대적으로 유리한 이유다. 보수주의자들은 다양한 도덕기반을 무기로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에게 다가갈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보수주의자는 진보주의자에 비해 배려/피해(자유/압제)와 공평성/부정의 기반이 상대적으로 약하다. 이들은 집단을 위한 충성심, 상하 관계에 대한 권위 등에 특별히 관심이 있다.

4. 이것으로 극우 보수 젊은 정치인들을 설명할 수 있다.

이제 위에서 설명한 조너선 하이트의 도덕심리학으로 지금 국회에서 말폭탄을 돌리며 맹활약? 하는 젊은 극우 보수정치인들을 설명할 수 있다. 그들이 왜 말끝마다 안보를 외치며, 청와대가 주사파에 둘러싸여 있다고 공격하는지가 분명해졌다.

우선 그들은 보수유전자를 타고난 사람들이다. 전쟁을 경험한 노인세대라면 안보 찾고, 북한 위협 운운하는 것이야 어쩔 수 없다고 하지만, 그런 것을 전혀 경험하지 않은 젊은 세대가 전쟁세대 같은 말을 하는 것은 보수유전자를 타고 나지 않는 한 이해하기 힘들다. 이들의 뇌는 분명 공감능력을 관장하는 거울신경(mirror neuron)이 진보주의자의 그것과는 사뭇 다른 구조를 가졌을 가능성이 높다.

또한 그들 보수 정치인들은 진보주의자들과는 분명히 다른 도덕적 기반 위에 서 있다. 보수주의자들은 원래 진보주의자에 비해 배려/피해(자유/압제)와 공평성/부정의 기반이 상대적으로 약하고, 그 대신 충성심, 상하 관계에 대한 권위 등의 기반이 강하다. 그들은 대통령이 주군이며, 그가 무슨 짓을 해도 충성을 하는 것이 도덕적이라고 생각한다.

나아가 그들 중 일부는 이런 일반 원칙보다 훨씬 강고한 보수주의 도덕 매트릭스에 묶여 있는 경우가 있다. 이들에게선 진보주의자들에게 쉽게 보이는 배려나 공평성의 도덕 심리가 도통 보이지 않는다. 이게 바로 세월호 유족들을 보고도 악담을 늘어놓는 원인이다.

5. 그렇다면 이런 보수주의자들을 어떻게 해야 한다는 말인가

하이트 교수는 상반된 도덕 매트릭스 속에서 사는 사람들끼리 논리적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긴 불가능하다고 말한다. 왜냐하면 인간의 도덕 심리는 논리적 추론에 의한 결과가 아니라 감정을 기초로 하는 직관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그가 말하는 것을 잠시 직접 들어보자.

“도덕심리학을 구성하는 첫 번째 원리는 ‘직관이 먼저이고, 전략적 추론은 그 다음이다’라는 것이다. ... 우리가 다른 사람의 행동을 눈으로 보고 귀로 듣는 그 순간 우리의 코끼리(자동적 인지과정)는 벌써 몸을 틀기 시작한다는 것이다. 기수(통제된 인지과정)는 코끼리가 다음 걸음을 어디로 옮길지 항상 예의 주시하고 있다가 그 움직임을 뒷받침할 방법을 궁리하기 시작한다.”(145-146)

“도덕이나 정치 문제와 관련해 누구의 마음을 바꾸고 싶다면, 코끼리에게 먼저 말을 걸어야 한다. 자신의 직관에 어긋나는데 그것을 사람들에게 믿으라고 하면, 그들은 전력을 다해서 빠져나갈 구멍을 찾을 것이다. 내 논거나 결론에 어디 미심쩍은 부분이 없나 이유를 찾아내면서 말이다.”(110)

이 말을 진보, 보수정치에 적용하면, 진보주의자가 보수주의자에게 다가가기 위해서는 논리적 추론에 의한 설득은 무망하니 감성적 접근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감성적 접근? 그게 무엇일까? 한국적 상황에서 그들의 마음에 감동을 줄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일까? 보통 보수가 아닌 극우 정치인들에게 과연 통할만한 방법이 있을까? 어떻게 하면 그 모진 마음에 단비를 내릴 수 있을까? 이것이 이 책을 읽으면서 내가 갖게 된 화두다.

박찬운 / 한양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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