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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표는 왜 두 사람을 꼭 집어 내보내라고 했을까
안보, 외교에서 밀리고… 새로운 전선 구축한 게 ‘경제분야’
육근성 | 2018-04-16 15:39:06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보내기    


문 대통령이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를 만났다. 홍 대표는 청와대 회동 직후 문 대통령에게 8개항을 요구했다고 밝혔다. 리비아식 북핵 폐기, 대북 제재 완화 반대, 한미동맹 강화, 개헌 철회, 김기식 임명 철회, 지방선거 중립, 정치보복 중단, 홍장표 경제수석 해임 등이다.


요구조건에 등장한 두 사람의 이름

북한, 미국과 관련된 3개 요구사항. 이건 늘 해오던 주장이다. 5개 항목은 국내 현안과 연관이 있다. 정치보복 중단 요구 또한 새로운 게 아니다. 문재인 정부가 적폐청산 작업에 돌입하지마자 입버릇처럼 해온 얘기다. 개헌 철회 요구도 마찬가지. 대통령이 개헌안을 발의할 수도 있다는 얘기가 나올 때부터 줄곧 안 된다고 목청을 높여왔다. 선거 중립 요구는 6월 지방선거를 의식한 의례적 발언으로 보인다.

그런데 요구조건에 두 사람의 이름이 등장한다. 김기식 금감원장과 홍장표 경제수석이다. 제1야당 대표는 이들에 대한 임명철회와 해임을 요구했다. 왜 이 두 사람을 꼭 집어 거론한 걸까.

김기식 원장은 금융개혁을 추진하기 위한 문 대통령의 복심이다. 김 원장은 참여연대 시절뿐 아니라 국회 정무위 활동을 하면서 금융적폐 문제를 집중적으로 다뤄온 인물이다. 금융계 내부 사람도 아니고 금융을 전공하지도 않았지만, 금융개혁 만큼은 김 원장에게 맡기고 싶은 게 문 대통령의 의중이다. 김 원장이 외유성 출장 의혹에 휘말리자 문 대통령은 이렇게 고충을 털어놓았다.

“근본적인 개혁이 필요한 분야는 과감한 외부 발탁으로 충격을 주어야 한다는 욕심이 생긴다… 하지만, 과감한 선택일수록 비판과 저항이 두렵다.”

금융개혁은 다른 경제분야와는 달리 개혁의 성과를 내기 어렵다. 성과를 내려면 먼저 금감원을 손봐야 한다. 금융사를 상대로 막강한 권력을 휘두르며 인사에 개입하고, 퇴직한 후에도 금융사 등에 낙하산으로 내려가 경영을 좌지우지하고, 각종 이권 카르텔을 형성하는 등 금감원이 금융적폐의 온상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금피아’라고 불리기도 한다.


모두 경제 개혁통

제1야당 대표는 홍장표 경제수석의 해임이 필요한 이유로 “좌파 경제학자이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홍 수석은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의 핵심인 소득주도성장론을 이끄는 인물로 알려져 있다.

실질임금이 늘면 소비와 투자가 증가해 경제성장으로 이어진다는 게 소득주도성장론의 골자다. 대기업의 ‘낙수효과’가 경제성장의 동력이 된다는 보수정권의 입장과 대척점을 형성한다. 비정규직 차별 해소와 정규직 전환, 최저임금제 강화, 법인세 인상, 대기업 비과세 혜택 축소, 근로시간 단축 등등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은 이러한 소득주도성장론을 근간으로 한다.

홍 대표가 강하게 보이콧한 두 사람. 모두 현 정부에서 경제분야 개혁을 맡고 있는 인물이다. 어렵게 이뤄진 대통령과의 회동에서 이들을 꼭 집어 ‘내보내라’고 요구한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최근 드러나고 있는 제1야당의 대여 전선 이동과 무관해 보이지 않는다.

그동안 홍 대표는 외교, 안보 분야에 무능하다며 문재인 정부를 강하게 공격해 왔다. 하지만 얼마 전부터 그러한 공세를 이어갈 명분을 잃고 말았다. 남북-북미 대화국면과 비핵화 추진 앞에서 제1야당은 머쓱해질 수밖에 없었다.


설 땅 잃어가는 제1야당, 경제분야만큼은…

또 적폐청산과 조기개헌에 강하게 반대해 왔다. 하지만 계속해서 공세의 고삐를 당길 명분이 약하다. 대통령에 대한 국민적 지지가 여전히 고공행진 중이기 때문이다. 홍 대표의 고민이 깊을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문 대통령의 대북 성과와 높은 지지율에 막힌 제1야당은 어쩔 수 없이 새로운 전선 구축에 나설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안보, 외교, 개혁 분야에서 설 땅을 잃은 제1야당의 다음 선택지는 어디일까. 굵직한 사안이 즐비한 경제분야일 가능성이 유력하다. 문재인 정부가 경제분야에서도 가시적인 성과를 만들어 낼 경우를 가정해보자. 제1야당의 처지는 바람 빠진 공 모양이 되기 십상이다.

더 밀리지 말자. 여기서 막아야 한다. 경제분야까지 내어주면 안 된다.

홍 대표가 이런 강박감과 조급함 때문에 경제분야 개혁의 핵심인 두 사람을 꼭 집어 당장 내보내라고 강짜를 부린 건 아닐까. 둘에 대한 임명 철회와 해임을 요구한 배경에는 경제분야에서 현 정부의 성과가 자라나는 것을 막아보겠다는 의도가 깔린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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