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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과 ‘하로동선(夏爐冬扇)’
정운현 | 2018-02-04 19:03:13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보내기    


96년 15대 총선 때 서울 종로에서 출마한 노무현은 또 떨어졌다. 14대 총선에서 부산 동구에서 떨어지고 95년 부산시장 선거에서 떨어진 후 연거푸 3연패였다. 다행히 98년 이명박이 선거법 위반으로 의원직이 박탈되면서 그해 7월 치러진 보궐선거에서 다행히 재선에 성공하였다.

15대 총선에서 떨어진 이듬해 노무현은 낙선한 동료들과 서울 역삼동에서 고깃집을 열었다. 간판만 단 것이 아니라 앞치마 두르고 직접 서빙도 했다. 그때 함께 했던 사람은 김원기, 김원웅, 박계동, 박석무, 원혜영, 유인태, 이철, 제정구 등이었다. 이들은 2명씩 당번을 정해 돌아가면서 손님을 맞았다.

왼쪽부터 박계동, 김원웅, 노무현

유인태 전 의원이 ‘하로동선’ 개업 비화를 증언하고 있다

(언젠가 멤버 가운데 한 사람인 김원웅 전 의원에게 들은 얘긴데 처음에는 노무현 등 얼굴 보고 찾아오는 사람들이 많아 장사가 제법 잘 됐는데 오래지 않아 손님이 없어서 근 1년 정도 하다가 문을 닫았다고 했다. 유인태 전 의원은 언젠가 MBN에 출연해 20명이 2천만 원씩 모아 4억 원으로 고깃집을 차렸다고 했다.)

그런데 재밌는 것은 이 고깃집의 간판이다.

‘하로동선(夏爐冬扇)’

풀이하면 여름 화로, 겨울 부채. 더운 여름에 화로가 웬 말이요, 추운 겨울에 부채는 또 뭔가? 이 말은 철이 지나 쓸모가 없는 물건이나 아무 소용이 없는 말이나 재주를 비유하는 일컫는 말이다.
당시 노무현은 왜 이런 간판을 달았을까?
그 신중하고 생각이 깊은 사람이 아무 생각 없이 이런 유별난 간판을 달았을 리 없다. 모르긴 해도 이 간판에 꿈을 담아서 이렇게 정했지 싶다. 화로가 여름에는 필요 없지만 가을 지나 겨울 오면 꼭 필요한 물건이다. 부채 역시 겨울, 봄 지나 여름 오면 또 쓸모가 있다. 비록 당장은 낙선한 몸이지만 언젠가 당선의 그날을 기다리는 마음에서 이런 간판을 달지 않았을까 싶다.

며칠 전, 추운 날 인사동 입구에서 만난 부채장사

얼마 전, 그날도 몹시 추운 날이었다. 인사동에 점심모임이 있어서 나갔다가 우연히 동선(冬扇)을 봤다. 안국역 6번 출구에서 나오면 오른편 도로 쪽으로 행상이 서넛 있다. 중간쯤 군밤장수 바로 옆에 부채를 파는 아저씨가 있었다.

가던 길을 멈추고 가게 앞에서 잠시 부채들을 살펴보았다. 얼추 30여개 됐는데 모두 합죽선(合竹扇)이었다. 주인장 말로는 자신이 직접 만들고 그림도 그렸다고 했다. 이 겨울에 웬 부채냐고 했더니 그래도 외국인들이 더러 사간다고 했다. 이로써 겨울부채는 쓸모 없는 것이라는 고정관념은 깨지고 말았다.

세상에 쓸모없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 또 세상에 쓸모없는 사람은 한 사람도 없다. 단지 때를 만나지 못했거나 적재적소를 찾지 못했을 뿐이다. 더욱 자신을 사랑하고 또 귀하게 여기며 살 일이다.



본글주소: http://poweroftruth.net/column/mainView.php?kcat=2011&table=wh_jung&uid=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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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   하로동선  2018년2월5일 16시03분    
더욱 자신을 사랑하고 또 귀하게 여기며 살 일이다.

예쁘고 사랑스러우며 정갈하고도 담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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