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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쓰는 버킷리스트
강기석 | 2018-01-02 10:42:00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보내기    


죽기 전에 꼭 한 번 하고 싶은 것들의 목록을 버킷리스트라고 한다. 나는 한동안 내 버킷리스트에서 빼놓았던 ‘백두산 구경가기’를 어제 부로 다시 올렸다.

다른 여행보다도 유난히 북한관광 복이 없었던 나이지만 그래도 비교적 일찍이 1999년 배를 타고 가 금강산 구경은 한 적이 있다. 그 밖에 평양도 가 보고, 개성도 가 보고, 묘향산도 가 봐야겠지만, 무엇보다 가 보고 싶은 곳이 백두산이다.

백두산이야 지금도 만주를 통해 얼마든지 올라 갈 수 있는데 무슨 버킷리스트에까지 올릴 필요가 있느냐고? 그러나 나는 구태여 비행기 타고 중국에 가서, 버스 타고 천지까지 오르고 싶지는 않았던 거다.

기차를 타고 북녁땅을 가로 질러 백두산에 가고 싶다. 부득부득 천지에까지 오를 필요도 없다. 캠핑을 해도 좋고, 비박을 해도 좋고, 몇날 며칠이고 임꺽정이 천왕동이 남매를 만났던 백두산 원시림 속을 노니면서 곰도 만나고 호랑이 울음소리도 듣고 싶다. 그것이 내 버킷리스트 중에서도 제일 위에 놓인 소망이다.

버킷 리스트는 상상만 할 수 있는 것들의 목록이 아니라, 아무리 힘들어도 마음만 먹으면 할 수 있는 현실의 꿈이어야 한다. 내가 이명박근혜 정권 9년 동안 내려 놓았던, 그리고 지난 1년 더욱 아득해졌던 그 꿈을 어제 비로소 다시 내 버킷 리스트에 올린 이유다. 어제 김정은이의 신년 연설이 내 꿈을 되살려 놓은 것이다.

올해 느낌이 좋다.
그래, 때때로 비틀거리고 쓰러져서 피 흘리더라도 한 걸음 한 걸음, 기어서라도 가면 언젠가는 도달하는 것이다.

<백두고원>

                     - 곽효환

그 여름의 절정이었다

백두고원, 거기서 끝이었어도 좋았다

칠흑의 새벽을 가르는 칼날바람을 타고

천지는 신비를 벗고 검푸른 남색 얼굴을 드러내고

무두봉 너머 펼쳐진 장엄한 운해를 뚫고 오르는 해

보름을 막 지난 새벽달은 수줍어

그를 맞는 게 더없이 수줍어 마주 서서 얼굴을 흐리고

멀리 소백산 포태산으로 가없이 펼쳐진 백두고원에서

침엽수림의 진한 초록의 푸르름을 숨쉬는

통일을 염원하는 아니 통일을 여는 그 새벽

우린 사슴이 되고 곰이 되고 산양이 되고 살쾡이가 되고

또 호랑이가 되어 달렸다

베개봉을 뛰어넘어 삼지연에서 맑은 물을 마시고

거침없이 백두폭포를 거슬러 올라

이깔나무 가문비나무 분비나무 가득한 밀영계곡을

달리고 또 뛰어올랐다

장군봉과 향도봉이 하늘을 떠받친 개활지에서

통일되어 다시 이곳에서 만나자던

그 새벽의 의연한 아름다움

그 새벽의 장엄한 서사

그 새벽에 펼쳐진 빛의 협연

거기서 끝이어도 좋았다

백두대간의 시원

산맥이 시작되고

압록강과 두만강을 가르고

광활한 북방 대륙을 꿈꾸는

그곳에서 통일을 보았다

분단과 시간의 벽을 넘어선

새로운 시작의 서곡을 목 놓아 불렀다

다시 시작이었다

본래 하나였듯이 다시 하나였고 하나가 되었다

분명 하나였고 시작이었고 통일이었다



본글주소: http://poweroftruth.net/column/mainView.php?kcat=2010&table=gs_kang&uid=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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