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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투 운동 망치는 언론의 부실한 ‘정봉주 보도’
뒤죽박죽 시간, 아무도 믿을 수 없는 진실게임
임병도 | 2018-03-13 08:45:02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보내기    


▲12일 국회에서 정봉주 전 의원이 프레시안의 성추행 의혹 보도에 대해 반박하고 있는 모습 ⓒ오마이TV

3월 12일 정봉주 전 의원이 프레시안의 ‘성추행 의혹 보도’에 대한 반박 기자회견을 열었습니다. 정 전 의원은 프레시안이 보도한 성추행 날짜와 장소, 시간 등을 지적하며 <프레시안>의 보도를 ‘대국민 사기극’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정 전 의원은 2011년 12월 23일 주진우 기자, 명진 스님과 함께 찍은 사진 등에 나온 시간을 증거로 제시하며 ‘자신은 여의도 렉싱턴 호텔에 간 적이 없으며, 피해자와 개인적으로 만난 사실도 없다’고 밝혔습니다.

<프레시안>은 정봉주 전 의원의 기자회견 이후 ‘정봉주와 미래권력들(미권스)’ 카페지기였던 닉네임 ‘민국파’씨의 증언을 토대로 ‘정 전 의원이 12월 23일 렉싱턴 호텔에 갔다’고 보도했습니다.

<프레시안>의 보도와 정봉주 전 의원의 기자회견을 보노라면 누구의 말도 진실이라고 단정 짓기 어렵습니다.


‘뒤죽박죽 시간, 아무도 믿을 수 없는 진실게임’

사건의 쟁점이 되는 날짜는 2011년 12월 23일로 보입니다. 이날 정봉주 전 의원의 행적을 보면 ‘민변 모임, 나꼼수 녹음, 어머니 병원, 주진우 기자, 명진 스님 모임’ 등으로 나와 있습니다.

<프레시안>은 중간에 여의도 렉싱턴 호텔에 갔다고 보도했고, 정봉주 전 의원은 간 적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 민국파와 A씨, 정봉주 전 의원이 각각 주장하고 있는 시간대별 행적

<프레시안>에 증언했던 ‘민국파’는 정봉주 전 의원이 오후 1시~2시에 여의도 렉싱턴 호텔에 갔고, 30~40분 정도 머물렀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정봉주 전 의원은 ‘병원에 간 시간이 1시가 넘은 시간이며 홍대로 건너가 명진 스님을 만난 시각은 오후 2시 30분, 사진에 찍힌 시각은 3시 53분으로 시간상으로 계산해도 전혀 기록이 맞지 않는다’라고 반박했습니다.

피해자라고 주장하는 A씨는 “저는 만남의 시간을 3~5시라고 특정해 언급한 적이 없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렇다면 민국파의 주장처럼 1시~2시 사이가 맞을까요? 피해자 A씨가 정확한 시간을 언급하지 않았기에 이마저도 불분명합니다.

결국, 이번 사건은 시간 등이 뒤죽박죽되면서 그 누구의 말도 100% 믿을 수 없는 진실 게임으로 변하고 있습니다.


‘프레시안의 보도, 저널리즘 원칙은 지켰나?’

▲3월 12일 오후 프레시안 메인 화면, 정봉주 전 의원 관련 기사가 전면에 배치됐다. ⓒ프레시안 화면 캡처

성폭력 피해자는 자신의 증언을 뒷받침하는 증거가 없더라도 자신의 피해 사실을 밝힐 수 있습니다. 하지만 언론은 다릅니다. 언론은 피해자의 증언을 토대로 검증이라는 절차를 거쳐야 합니다. 보도의 기본이자 저널리즘의 원칙이기 때문입니다.

이런 면에서 <프레시안>의 보도는 몇 가지 문제점을 안고 있습니다.

① ‘렉싱턴 호텔 1층 카페, 0시, 예약자명 000’

A씨는 렉싱턴 호텔 1층 카페를 정확히 기억하고 있는 이유로 정 전 의원이 문자를 보냈기 때문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렇다면 <프레시안>은 보도하기 전에 예약 시간이나 카페의 구조, 호텔 관계자를 취재하는 등의 다양한 검증 절차를 거친 후 시간과 장소만큼은 제대로 보도했어야 합니다.

보도 이후를 고려하지 않고 검증 없이 무조건 보도하는 행태는 오히려 독자에게 혼란을 야기할 수 있습니다.

② 피해자와 동문인 서어리 기자

A씨는 “서어리 기자는 정 전 의원의 추악한 성추행 실태를 고발한 기자이자, 당시 제가 당한 일을 들어주고 기억하고 끊임없이 위로해준 ‘증인’이기도 합니다.”라고 말했습니다.

보통의 기자는 자신의 지인과 연관된 사건을 기사화하지 않습니다. 객관적으로 사건을 보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프레시안>에는 서어리 기자 이외에도 다른 기자가 있습니다. 왜 데스크는 이 사건의 보도를 A씨의 동문인 서 기자가 보도하도록 했는지 의문입니다.

③ 사건의 당사자로 개입된 <프레시안>

<프레시안>의 <정봉주, 누가 ‘새빨간 거짓말’ 하고 있나? 성추행 감추려 ‘대국민 거짓말’ 했나?> 등의 기사 제목만 보면 A씨와 정봉주 전 의원의 진실공방이 아니라 언론사가 직접 참전한 듯 보입니다.

언론이 피해자를 대변해 가해자의 잘못을 지적할 수는 있지만, 그 과정은 저널리즘의 원칙과 기본의 바탕에서 이루어져야 마땅합니다.


‘한겨레와 JTBC 보도, 문제는 없나’

<한겨레 21>은 1203호 표지로 성폭력 가해자로 지목됐거나 인정했던 인물들을 현상수배 전단지로 구성했습니다. 그런데 여기에 정봉주 전 의원의 사진이 포함돼 있었습니다.

아직 정확한 진실이 밝혀지지 않은 상황인 점에서 논란이 됐고, 온라인판에서는 삭제됐습니다.

<JTBC 뉴스룸>의 손석희 앵커는 3월 7일 보도에서 “정 전 의원은 부인하고 있는데 그 정황이 구체적이어서 상황이 정 전 의원에게 그리 유리해 보이지는 않습니다.”라고 말합니다.

손석희 앵커의 말만 들으면 정봉주 전 의원의 성추행 의혹이 사실처럼 들립니다. 하지만 JTBC의 자체 검증이 없었던 상황에서 손석희 앵커의 발언은 굉장히 위험해 보였습니다.

언론은 미투 운동을 확산시킬 힘도 가졌지만, 미투 운동을 몰락하게 만드는 장본인도 될 수 있습니다. 언론의 미투 운동 관련 보도가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는지, 언론사 스스로 돌아봐야 할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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