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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를 바꿀 수 있는 100권의 책 31
‘여성혐오’와 여성주의 시 3편, 한국의 ‘개돼지’들이 읽을 만한 시 여섯 편
김갑수 | 2017-12-16 09:53:33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보내기    


한국의 ‘개돼지’들이 읽을 만한 시 여섯 편

나는 평소 ‘한국 소설가의 90%, 한국 시인의 99%는 가짜’라는 말을 한다. 이 말에는 여러 의미가 함축되어 있다. 하지만 이 말을 반대로 해석하면 한국 소설의 10%, 한국 시의 1%는 읽을 만하다는 결론이 나온다. 공자는 아들 리에게, “시를 배우지 않으면 남과 더불어 말을 할 수 없다(不學詩 無以言)”고 했다.

나는 한국 소설 중 읽을 만한 것 대여섯 편을 소개했다. 이번부터는 한국의 시 중에서 읽을 만한 것들을 추려 주제 별로 묶어 제시하고자 한다. 첫 번째 주제는 제목에 있듯이 ‘한국의 개돼지들을 위한 시’이다. 아무래도 ‘개돼지’라고 하면 여성보다는 남성을 뜻하는 어감을 갖는다. 물론 여기서 개돼지는 비유이다.

일찍이 장자는 친구 조상에게 “진나라의 임금이 병이 나서 의사를 불렀을 때, 종기를 째고 고름을 빠는 자에게는 수레 한 대를 주었고, 치질을 핥아서 고치는 자에게는 수레 다섯 대를 주었다. 따라서 치료하는 하는 곳이 더러울수록 받는 수레의 숫자가 많았다네.”라고 힐난했다. 여기서 일단 개돼지는 조상과 같은 사람, 즉 속물이라고 할 수 있겠다. 또한 여기서 개돼지는 요즘 말로 해서 ‘찌질이’의 의미도 갖는다.

1] 첫 번째 시는 이응준의 <개에 관한 명상>이다. 원래 개는 야성의 동물이었는데 언제부턴가 인간의 주구 노릇을 하게 되었다. 개는 최소한 ‘늑대의 손자’이거나 ‘들개의 아우’ 정도는 되어야 한다. 그러나 자기 정체성을 잃어 버렸다. 시인은 ‘죄 중에서 가장 큰 죄는 자기의 본래 모습을 모르는 것’이라고 말한다.

[시] 개에 관한 명상

늑대의 손자. 아버지를 닮지 못해
들에서 정원으로 추방당한
들개의 아우. 가족을 이해하지 못해
날 것으로부터 밥찌꺼기로
식성이 변한
용도가 아주 다양하고
주인을 속일 줄 모르며
원망은 더 더욱 알지 못하는
저 동물답지 못하게 호화스러운 잡종의 것들
저 어벙하게 팔려만 가는 순종의 것들

하지만 나는 여러 번 보아 왔지 않았는가.
가끔가다 제 새끼들이
이 집 저 집 흩어지게 되면
맥없는 목소리로 키 큰 양옥집 사이에서,
우리 이웃의 대문 앞에서,
늑대의 자손임을
들개의 아우였음을 애원하는
아주 미묘한 후회들을

하지만 나는 이것 또한 잘 알고 있지 않은가.
죄라는 것은 더러워질 때부터
더러웠다는 것. 죄 중에서 가장 큰 죄는
본래의 제 모습을 모르는
것임을. 잘 가라

늑대의 손자 들개의 아우
영원하라. 늘 곁에 있어 주어 고맙고도
한심한 개의 자손 개의 아우들이여

2] 두 번째 시는 유하의 <빠비용이 될 것인가, 드가가 될 것인가>이다. 나는 텔레비전을 전혀 안 본 지가 10년이 넘는다. 그 전에도 거의 보지 않았는데, 아이들 때문에 집에 텔레비전을 두기는 했었다. 그러다가 아이들이 독립해서 나갈 때(아이 셋 다 19세가 되어 집을 나갔다), “네가 좋아하는 것이니까 가지고 나가라”고 하며 함께 내보냈다.

그렇다고 해서 나는 텔레비전 보는 사람을 탄압(?)하지는 않는다. 이건 마치 자기가 담배 안 피운다고 흡연자를 탄압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그런데 이따금 강의실 같은 데에서 누가 텔레비전에 대한 나의 견해를 묻을 때가 있다. 그러면 내가 대답하는 말이 이것이다.

“시간이 얼마나 남아돌면 텔레비전을 다 봅니까?”

담배가 해로울까, 텔레비전이 해로울까? 나는 텔레비전이 더 해롭다고 생각한다. 나는 현대인을 개돼지로 만드는 주범은 텔레비전이라는 편견을 가지고 있다. 빠삐용이 될 것인가, 드가가 될 것인가?

[시] 빠삐용

아침 티브이에 난데없는 표범 한 마리
물난리의 북새통을 틈타 서울 대공원을 탈출했단다.
수재에 수재(獸災)가 겹쳤다고 했지만, 일순 마주친
우리 속 세 마리 표범의 우울한 눈빛이 서늘하게
내 가슴 깊이 박혀 버렸다 한순간 바람 같은 자유가
무엇이길래, 잡히고 또 잡혀도
파도의 아가리에 몸을 던진 빠삐용처럼
총알 빗발칠 폐허의 산속을 택했을까
평온한 동물원 우리 속 그냥 남은 세 명의 드가
그러나 난 그들을 욕하지 못한다.
빠삐용, 난 여기서 감자나 심으며 살래
드가 같은 마음이 있는 곳은 어디든
동물원 같은 공간이 아닐까
친근감 넘치는 검은 뿔테 안경의 드가를 생각하는데
저녁 티브이 뉴스 화면에
사살 당한 표범의 시체가 보였다.
거봐, 결국 죽잖아!
티브이 우리 안에 갇혀 있는,
내가 드가?

3] 김광규는 참 위트 있는 시인이다. 위트는 기발성과 관련된다. 이 시에 등장하는 인물은 1970년대 한국의 아저씨이다. 그러나 지금의 아저씨들과 별반 다를 바가 없다.

[시] 상행

가을 연기 자욱한 저녁 들판으로
상행 열차를 타고 평택을 지나갈 때
흔들리는 차창에서 너는
문득 낯선 얼굴을 발견할지도 모른다.
그것이 너의 모습이라고 생각지 말아 다오.

오징어를 씹으며 화투판을 벌이는
낯익은 얼굴들이 네 곁에 있지 않으냐,
황혼 속에 고함치는 원색의 지붕들과
잠자리처럼 파들거리는 TV 안테나들
흥미 있는 주간지를 보며
고개를 끄덕여 다오.

농약으로 질식한 풀벌레의 울음 같은
심야 방송이 잠든 뒤의 전파 소리 같은
듣기 힘든 소리에 귀 기울이지 말아 다오.
확성기마다 울려나오는 힘찬 노래와
고속도로를 달려가는 자동차 소리는 얼마나 경쾌하냐.

예부터 인생은 여행에 비유되었으니
맥주나 콜라를 마시며
즐거운 여행을 해 다오
되도록 생각을 하지 말아 다오.
놀라울 때는 다만 '아!'라고 말해 다오
보다 긴 말을 하고 싶으면 침묵해 다오.
침묵이 어색할 때는
오랫동안 가문 날씨에 관하여
아르헨티나의 축구 경기에 관하여
성장하는 GNP와 증권 시세에 관하여
이야기해 다오.
너를 위하여
나를 위하여

이 시는 대부분이 아이러니(아둔한 강자의 어조)로 이루어져 있다. 여기서 아이러니는 풍자(세타이어)의 기능을 행사한다. 대체로 아이러니의 시는 뒷부분에 화자의 진정한 어조(현명한 약자의 어조)가 나오는데, 이 시는 반대로 앞부분에 나온다.

가을 연기 자욱한 저녁 들판으로(수준 높은 자연)
상행 열차(기득권 지향)를 타고 평택을 지나갈 때
흔들리는 차창(불안한 실존)에서 너는
문득 낯선 얼굴(본연의 자연스러운 모습)을 발견할지도 모른다.

여기까지가 ‘현명한 약자의 어조’이고 이하 전부는 아둔한 강자의 어조이다. 물론 이 아둔한 강자가 이른바 ‘개돼지’로서 풍자의 대상이다. 풍자는 어떤 대상을 위트 있게 비판하는 방식이다. 풍자는 ‘있어야 할 현실(당위)’과 ‘있는 현실(실제)’의 괴리감에서 발생한다. 이 시에는 이런 현실을 조장하는 한국 사회에 대한 비판도 함께 들어 있다.

4] 다음은 문정희의 시이다. 2000년 이후 문정희만 한 여성 시인이 있을까? 아니 남성까지 통틀더라도 문정희는 빼어난 시인이다. 이 시에서 문정희는 남성 개돼지들을 통렬히 조롱, 야유하고 있다.

[시] 다시 남자를 위하여

요새는 왜 사나이를 만나기가 힘든지.
싱싱하게 몸부림치는
가물치처럼 온 몸을 던져오는
거대한 파도를...
몰래 숨어 해치우는
누우렇고 나약한 잡것들뿐
눈에 띌까, 어슬렁거리는 초라한 잡종들뿐
눈부신 야생마는 만나기가 어렵지.

여권 운동가들이 저지른 일 중에
가장 큰 실수는 바로 세상에서
멋진 잡놈들을 추방해 버린 것은 아닐까.
핑계대기 쉬운 말로 산업사회 탓인가.
그들의 빛나는 이빨을 뽑아내고
그들의 거친 머리칼을 솎아 내고
그들의 말에 제지의 쇠고리를
채워버린 것은 누구일까.

그건 너무 슬픈 일이야
여자들은 누구나 마음 속 깊이
야성의 사나이를 만나고 싶어 하는 걸
갈증처럼 바람둥이에 휘말려
한평생을 던져버리고 싶은 걸

안토니우스 시저 그리고
안록산에게 무너진 현종을 봐
그뿐인가, 나폴레옹 너는 뭐며 심지어
돈주앙, 변학도, 그 끝없는 식욕을
여자들이 얼마나 사랑한다는 걸 알고 있어?

그런데 어찌된 일이야, 요새는
비겁하게 치마 속으로 손을 들이미는
때 묻고 약아빠진 졸개들은 많은데
불꽃을 찾아 온 사막을 헤매이며
검은 눈썹을 태우는
진짜 멋있고 당당한 잡놈은
멸종 위기네

5] 문정희의 시보다 스케일은 작지만 그래도 개돼지 남성을 거부하는 흥미로운 시로서 문혜진의 <질 나쁜 연애>를 추가한다.

[시] 질 나쁜 연애

이 여름 낡은 책들과 연애하느니
불량한 남자와 바다로 놀러가겠어
잠자리 선글라스를 끼고
낡은 오토바이의
바퀴를 갈아 끼우고
제니스 조플린의 머리카락 같은
구름의 일요일을 베고
그의 검고 단단한 등에
얼굴을 묻을 거야

회오리바람 속으로
비틀거리며 오토바이를 몰아가는
불량한 남자가 좋아
머리 아픈 책을
지루한 음악을 알아야 한다고
지껄이지도 않지
오토바이를 태워줘
바다가 펄럭이는
바람 부는 길로
태풍이 이곳을 버리기 전에
검은 구름을 몰고
나와 함께 이곳을 떠나지 않겠어?

* 제니스 조플린 : 27살에 요절한 여성 록가수

6] 마지막으로 김수영의 <어느 날 고궁을 나오면서>를 소개한다. 김수영은 결벽증이라고 할 수 있을 만큼 순수한 인간이었던 것 같다. 여기서 ‘고궁’은 ‘큰 권력’을 의미한다. 큰 권력의 횡포에는 저항하지 못하면서 목전의 작은 부조리에만 투덜거리는, 사실은 이기적인, 자기 모습을 아프게 응시하는 시이다. 모래보다도 작고 먼지보다도 가벼운 개돼지들...

[시] 어느 날 고궁을 나오면서

왜 나는 조그마한 일에만 분개하는가
저 왕궁(王宮) 대신에 왕궁의 음탕 대신에
오십 원짜리 갈비가 기름등어리만 나왔다고 분개하고
옹졸하게 분개하고 설렁탕집 돼지 같은 주인년한테 욕을 하고
옹졸하게 욕을 하고
한 번 정정당당하게
붙잡혀간 소설가를 위해서
언론의 자유를 요구하고 월남파병에 반대하는
자유를 이행하지 못하고
이십 원을 받으러 세 번씩 네 번씩
찾아오는 야경꾼들만 증오하고 있는가

옹졸한 나의 전통은 유구하고 이제 내 앞에 정서(情緖)로
가로놓여 있다.
이를테면 이런 일이 있었다.
부산에 포로수용소의 제14야전병원에 있을 때
정보원이 너어스들과 스펀지를 만들고 거즈를
개키고 있는 나를 보고 포로경찰이 되지 않는다고
남자가 뭐 이런 일을 하고 있느냐고 놀린 일이 있었다.
너어스들 옆에서
지금도 내가 반항하고 있는 것은 이 스폰지 만들기와
거즈 접고 있는 일과 조금도 다름없다.
개의 울음소리를 듣고 그 비명에 지고
머리에 피도 안 마른 애놈의 투정에 진다.
떨어지는 은행잎도 내가 밟고 가는 가시밭
아무래도 나는 비켜서 있다. 절정(絶頂) 위에는 서 있지
않고 암만해도 조금쯤 옆으로 비켜서 있다.
그리고 조금쯤 옆에 서 있는 것이 조금쯤
비겁한 것이라고 알고 있다!

그러니까 이렇게 옹졸하게 반항한다.
이발쟁이에게
땅주인에게는 못하고 이발쟁이에게
구청 직원에게는 못하고 동회 직원에게도 못하고
야경꾼에게 이십 원 때문에 일 원 때문에
우습지 않으냐 일 원 때문에
모래야 나는 얼마큼 적으냐
바람아 먼지야 이것아 나는 얼마큼 적으냐
정말 얼마큼 적으냐.


역사를 생각하게 하는 한국의 시 3편

1] 문학을 우습게 또는 불건전하게 아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이 문학을 경시하는 이유는 그것이 '거짓말(fiction)'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들은 문학보다 논문이나 역사를 우위에 둔다. 하지만 그 어떤 논문도 지식(knowledge)이거나 이론(theory)이 아닌 견해(opinion)일 따름이다.

역사는 어떠한가? 소설의 이론에 따르면 일단 역사는 가장 부적절한 화자가 말한 기록이다. 역사의 화자는 야사가 아닌 담에야 모두 승자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역사를 주관적으로 해석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시] 묘비명(墓碑銘) / 김광규

한 줄의 시는커녕
단 한 권의 소설도 읽은 바 없이
그는 한평생을 행복하게 살며
많은 돈을 벌었고
높은 자리에 올라
이처럼 훌륭한 비석을 남겼다.

그리고 어느 유명한 문인이
그를 기리는 묘비명을 여기에 썼다
비록 이 세상이 잿더미가 된다 해도
불의 뜨거움 굿굿이 견디며
이 묘비는 살아남아
귀중한 사료(史料)가 될 것이니
역사는 도대체 무엇을 기록하며
시인은 어디에 무덤을 남길 것이냐?

2] 역사를 추동하는 것은 당연히 개인이 아닌 인민이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지도자가 역사를 만든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하지만 지도자라는 것은 역사를 만드는 다수 인민의 유형화된 대표일 따름이다.

결국 지도자를 만드는 것은 인민이다. 그렇기에 지도자의 수준은 인민의 수준을 반영한다는 말이 과히 틀린 말은 아니다. 오늘의 시대는 지도자다운 지도자가 없는 것이 가장 큰 문제인 것 같다. 이 나라에 이제 지도자는 없는 것인가, 아니면 숨어 있는 것인가?

[시] 백수론(百獸論) / 노창재

호랑이가 앞이마에 왕(王) 자를 새기고도
바람에 수염을 맡기며 홀로 외롭듯
감춘 이빨, 감춘 발톱과 같이
무시로 드러내지 않는 법

뒤를 어슬렁거리되 기품을 잃지 않고 흔들리지 않아야 한다.
골짜기를 포효하되 주변을 다치지 않게 하며
먼발치에서 바라보아도 항상 위엄과 기백이 서려
배경을 따듯하게 하는 풍경의 중심이 되어야 한다.

고프고 주린 날이 오래오래 머물더라도
맑고 형형한 눈빛으로 견뎌낼 줄 알아야 한다.
눈발 휘몰아치는 매서운 들판에서도
옷을 걸치지 않아야 한다.

그러나 선의의 경쟁을 피하지 않고
다수의 안녕한 질서 속에서
언제나 몸을 맡길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하고
정의의 함몰, 위선과 병폐
횡횡한 골목을 마주치게 되면
그때는 가차 없이
이빨과 발톱을 세워 분연한 일전을 불사하여야 한다.

다만, 나아 간 길
한 점 흔적도 없이
길인 줄도 모르게 하여....

3] 전 서울시향 지휘자 정명훈은 툭하면 자기는 정치와 무관하며 음악밖에 모른다는 말을 주워섬겼다. 시인 서정주는 자유실천문인협회 가입을 권고 받자 자기는 순수한 시인이라는 이유로 응하지 않았다. 백남기 선생 수술 의사 백선하는 소견서를 써 달라는 유족의 요구에 자기는 의사이기 때문에 정치적 사건의 소견서를 써 줄 수 없다고 하며 거절했다.

순수를 내세우는 인간의 부류는 세 가지이다. 첫째 무지하기 때문인데 정명훈의 경우가 아닐까 한다. 둘째 인격 자체가 뒤죽박죽으로 혼미하기 때문인데 서정주가 바로 이 경우인 것 같다. 마지막 세 번째는 순수하기는커녕 오히려 더욱 정치적이기 때문인데, 백남기 선생의 인체를 메스로 유린하며 온갖 자기 이익을 취한 백선하가 바로 이 경우인 것 같다.

[시] 생각의 사이 / 김광규

시인은 오로지 시만을 생각하고
정치가는 오로지 정치만을 생각하고
경제인은 오로지 경제만을 생각하고
근로자는 오로지 노동만을 생각하고
법관은 오로지 법만을 생각하고
군인은 오로지 전쟁만을 생각하고
기사는 오로지 공장만을 생각하고
농민은 오로지 농사만을 생각하고
관리는 오로지 관청만을 생각하고
학자는 오로지 학문만을 생각한다면

이 세상이 낙원이 될 것 같지만 사실은

시와 정치의 사이
정치와 경제의 사이
경제와 노동의 사이
노동과 법의 사이
법과 전쟁의 사이
전쟁과 공장의 사이
공장과 농사의 사이
농사와 관청의 사이
관청과 학문의 사이를
생각하는 사람이 없으면 다만

휴지와
권력과
돈과
착취와
형무소와
폐허와
공해와
농약과
억압과
통계가

남을 뿐이다.


‘여성혐오’와 여성주의 시 3편

한국 사회에는 ‘여성혐오(misogyny)’라는 말이 유행을 타고 있다. 이것이 정점을 이룬 것은 2016년 ‘강남역살인사건’ 때였던 것 같다. 이 사건 현장에 간 문재인은 “다음 생에는 남자로 태어나요”라는 명언(?)을 남김으로써 여성의 존재성 자체를 부인하는 여성혐오적 인식을 보여주었다.

여성혐오란 무엇인가? 영어 ‘misogyny’를 곧장 ‘혐오’라고 번역하는 데에는 다소 무리가 있다. 그러므로 이것에 증오, 멸시, 차별, 싫어함 등의 개념을 포함하여 유연하게 받아들일 필요가 있지만 편의상 나도 이글에서만은 ‘여성혐오’라는 말을 선택하기로 한다.

여성혐오에는 광의의 것과 협의의 것이 있다. 이 중 광의의 것은 명백한 실체이며, 이를 조장해온 것은 단연 서양의 철학과 종교였다. 동양에도 여성혐오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남녀관계를 음양의 이치로 파악한 동양은 서양보다 일방적이지는 않았다. 서양에서는 ‘man’과 ‘woman’을 합치면 도로 ‘men’이 되지만 동양에서는 ‘사람 사이’ 즉 인간(人間)이 된다.

그런데 최근 한국사회에 번지고 있는 용어 ‘여성혐오’는 협의의 것이다. 이것은 일본 여성 우에노 지즈코 교수의 책 『여성혐오를 혐오한다』가 번역되어 한국에 소개되고, 한국의 여성학자들이 그를 즐겨 인용한 데다, 저자가 한국에 와서 강연회와 언론 인터뷰를 하면서 급속히 유행을 타게 되었다.

우에노 지즈코는 ‘여성혐오로부터 자유로운 사람은 없다’라는 유명한 말을 남겼다. 그런데 그의 책을 자세히 읽으면 여성혐오는 남성의 전유물이 아니며 오히려 남성보다 여성이 더 여성혐오자라고 되어 있다. 남성 중에서는 다소 비정상적인 남성이 여성을 혐오하지만 여성의 여성혐오는 일반화되어 있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우에노 지즈코는 이런 사례를, 남성은 배신을 당했을 때 배신한 여성을 증오하지만 여성은 자기 남자를 빼앗아 간 여자에게 더 증오를 품는다는 점으로 설명한다. 또한 우에노 치즈코는 남성이 여성을 멸시하면 남성에게 멸시를 당하는 특정 여성을 다른 여성들이 혐오하게 된다고 말한다. 하지만 나는 이런 현상들이 전반적인 것이 아니며 분석이 다소 허술하다고 보기에 그의 주장에 다 동의하지 않는다.

우에노 지즈코는 미국인 이브 세지윅(Eve Sedgwick)의 저서 『남자들끼리(between man)』에서 여성혐오의 결정적인 힌트를 얻었다고 말한다. 나는 이브 세지윅의 책이 번역되지 않아서 읽지는 못한 대신 한국 여성학자들이 공동 저술한 책 『페미니즘』에 그의 주장이 소개되어 있어서 따로 구해 읽어 보았다.

우에노 지즈코에게 더 큰 영향을 미친(정확히 말해 우에노 지즈코가 각색하여 이용해 먹은) 사람은 프랑스 문학평론가 르네 지라르이다. 우에노 치즈코는 르네 지라르의 소설이론 ‘욕망의 삼각형’을 자의적으로 성 이론으로 각색하여 적용하는 억지를 드러내고 있다.

지면상 길게 말하지 않겠다. 나는 우에노 지즈코는 서양의 것을 무분별하게 받아들여 대중을 자극하는 언어로 재편집한 ‘섹스 담론가’일 뿐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그에게 경도되는 한국의 여성학자들이 참 난감하게 여겨진다.

그가 말하는 성은 사회적 성(젠더)이 아니라 주로 신체적 성(섹스)이다. 더구나 그의 스승 격인 미국인 이브 세지윅의 책은 19세기 영국 문학 작품의 사례를 언급한 것이다. 나는 19세기 영국 남성 문화와 20세기 일본 남성 문화에는 많은 공통점이 있을 것이라고 추정한다.

우에노 지즈코의 책들은 거의 다 선정적이다. 그는 유명한 서양학자들이라면 무조건 신봉하는 태도를 보인다. 이것이 일본에서 한 번 ‘필터링’되고 한국에 건너와서 다시 왜곡되고 있다는 점에서 구한말 개화기의 문화 이식 현상과 닮아 있다.

우에노 지즈코는 ‘모든 남자는 자기보다 뒤떨어진 여자를 선택한다’고 강변한다. 또한 그는 ‘모든 딸은 어머니에게서 여성혐오를 배운다’ 고 강변한다. 또한 그는 ’남자는 왜 여자 팬티를 보면 흥분하는가’라고 묻는데 이것은 논리적으로 복합질문의 오류이다. 그가 쓴 『스커트 밑의 극장』이라는 제목의 책도 있다. 그의 책은 일본 서점의 책 분류에서 ‘인문/사회’가 아니라 ‘실용/취미’ 또는 ‘패션/미용’ 부문에 들어가 있다.

나는 남녀평등에 적극 동의한다. 그런데 나는 여성주의가 피상적, 서구취향적으로 논의되는 것을 경계한다. 여성주의란 한 마디로 정의한다면, 남자와 여자가 권력을 동등하게 갖자는 말이 아닐까?

문정희 시인은 여성주의와 관련된 시를 많이 쓴 편이다. 물론 남성을 가정의 1인자로 인식하는 가부장제에 대한 도전과 비판은 여성주의와 관련된다. 또한 여성에게 요구되는 의상이나 화장 또는 헤어스타일 등에는 분명히 여성 억압의 기제가 있다. 이 중 대표적인 것이 브레지어가 아닐까 한다. 하지만 여성 차별에 대한 보다 본질적인 문제 제기는 이런 지엽적인 문제보다는 서구 근대주의와 제국주의의 남성 우월적 폭력성에서부터 비롯되어야 한다.

여성주의 관련되는 문정희의 시 두 편과 김나영의 한 한 편을 제시한다.

[시 1] 퇴근 시간 / 문정희

저녁 현관문이 열리고
결혼이 들어온다
기다리던 남편이 퇴근했다
무더위 속에서도 굳건한 고려와 조선과
일렬횡대의 전주 이씨 족보가
우리의 든든한 서방님이 돌아오셨다
신사임당이 어우동에게
시(詩)를 숨기고 잠깐 나가 있으라 눈짓한다
신사임당이 소매를 걷고 부엌으로 들어간다
풋고추 도마 위에 난도질하여 찌개를 끓인다
오, 우리의 하늘이 전쟁터에서
오늘도 무사히 돌아오셨다
몇 가지 전리품을 챙겨 넣었는지
그의 어깨가 유난히 무거워 보인다
종요로운 가화만사성 속에
찌개가 요동을 치며 끓어 넘친다
신사임당의 행복이 진된장처럼
보글보글 끓어 넘친다
어우동이 저만치 코를 막고 서 있다.

[시 2] 나의 아내 / 문정희

나에게도 아내가 있었으면 좋겠다
봄날 환한 웃음으로 피어난
꽃 같은 아내
꼭 껴안고 자고 나면
나의 씨를 제 몸속에 키워
자식을 낳아주는 아내
내가 돈을 벌어다 주면
밥을 지어주고
밖에서 일할 때나 술을 마실 때
내 방을 치워놓고 기다리는 아내
또 시를 쓸 때나
소파에서 신문을 보고 있을 때면
살며시 차 한 잔을 끓여다 주는 아내
나 바람나지 말라고*
매일 나의 거울을 닦아주고
늘 서방님을 동경 어린 눈으로 바라보는
내 소유의 식민지
명분은 우리 집안의 해
나를 아버지로 할아버지로 만들어주고
내 성씨와 족보를 이어주는 아내
오래전 밀림 속에 살았다는 한 동물처럼
이제 멸종되어간다는 소식도 들리지만
아직 절대 유용한 19세기의 발명품 같은
오오, 나에게도 아내가 있었으면 좋겠다

[시 3] 브래지어를 풀고 / 김나영

브래지어 착용이 유방암 발생률을 70%나 높인다는
TV를 시청하다가 브래지어 후크를 슬쩍 풀어 헤쳐본다
사랑할 때와 샤워할 때 외엔 풀지 않았던
내 피부 같은 브래지어를

빗장 풀린 가슴으로 오소소 ― 전해오는
시원함도 잠깐
문 열어놔도 날아가지 못하는
새장 속의 새처럼
빗장 풀린 가슴이 움츠려든다
갑작스런 허전함 앞에 예민해지는 유두
분절된 내 몸의 지경이 당혹스럽다

허전함을 다시 채우자
그때서야 가슴이 경계태세를 푼다
와이어와 후크로 결박해야 비로소 안정을 되찾는

나는 문명이 디자인한 딸이다
내 가슴둘레엔 그 흔적이 문신처럼 박혀있다
세상 수많은 딸들의 브래지어 봉제선 뒤편
늙지 않는 빅브라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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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4]   이벤실장  2017년12월16일 10시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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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3) (-68)
 [2/4]   최인호  2017년12월16일 19시00분    
전 tv뿐 아니라 라디오도 안들어요 /출근길 전철역까지 타고가는 버스에서 강제로 듣

게되는 라디오방송이 싫어서 /오전4시20분에 일어나 아침밥먹고 지하철역까지 30분을

걸어가서 첫지하철을 타고 출근하지요 /출근길 이른 아침에 특히 버스에서 듣게되는

라디오방송 딱 질색이어요.../ [“네가 좋아하는 것이니까 가지고 나가라”고 하며 함

께 내보냈다.] 이 부분 읽으며 뭉클한 감정이 생기네요 . /키우면서 별로 강요하는 것

이 없었을듯 합니다./ 유시민이 ( 일류양키앞잡이정치인,재벌앞잡이정치인,일류 노동

정치 테러질쟁이,친좃선일보시민) 같은 너가수식, 너꼼수식 깨시민 재롱동이가 / 양키

식 노동테러적 남한재벌앞잡이 매스컴에 의해/ 최근의 상품거리가 될만한 지껄임을 조

명받고 홍보선전질받고/ 너저분한 여성테러적 연예정치빠돌이들에게 열렬히 애정되는

것을 /웬일로 클릭질해서 본 다음이라 그런지/더 애잔한 마음이 드네요.
(93) (-61)
 [3/4]   최인호  2017년12월16일 19시21분    
[한국 사회에는 ‘여성혐오(misogyny)’라는 말이 유행을 타고 있다. 이것이 정점을 이룬 것은 2016년 ‘강남역살인사건’ 때였던 것 같다. 이 사건 현장에 간 문재인은 “다음 생에는 남자로 태어나요”라는 명언(?)을 남김으로써 여성의 존재성 자체를 부인하는 여성혐오적 인식을 보여주었다.] 노동테러전문가를 노사정 정부대표로 내세우는 짓꺼리랑 유사하네요 / 좋은 전쟁 인도자답게 우직하게 지껄였네요. /연예정치빠돌이패거리의 여우같은 유시민이가 대신 지껄였다면 /알록달록 했겠지요 ./ 바뀌나마나인 양키식민재벌앞잡이들이,노동테러질쟁이들이,바뀌나마나인 여성멸시쟁이들이, 연예정치빠돌이들에게 애정받는 것들이, 우직하게 지껄이든지 알록달록하게 지껄였던지/ 꾸준하고 부지런히 여성멸시 짓꺼리를 촉진하고 사주하고 발광하리라는 것만은 변함이 없지요
(82) (-75)
 [4/4]   모비드엔젤  2017년12월16일 19시28분    
뭔말인지 도통 모르겠다
이런글은 제발 그만 올렸음 좋겠다
(90) (-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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